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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작품

이상화 시인과 그의 저항 문학: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중심으로

by mmmwo 2025. 2. 6.

이상화(李相和, 1901~1943)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현실을 문학으로 저항했던 대표적인 시인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서정시를 넘어 민족의 한과 독립을 향한 열망을 담고 있으며, 특히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저항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생애, 문학적 특징, 그리고 저항 정신을 살펴본다.

 

 

이상화의 생애와 문학적 배경

 

이상화는 1901년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하며 신학문을 익혔고, 일본 도쿄 외국어학교에서 유학하며 다양한 문학과 사상을 접했다.

하지만 일본 유학 중 조선인의 현실을 직접 목격하며 그의 문학은 점점 저항적인 색채를 띠게 된다.

 

1923, 일본에서 발생한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에 의해 무차별 학살당한 관동대학살 사건은 그의 의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이후 그의 시는 보다 직접적인 민족적 저항 의식을 담게 되었다.

 

1926년 그는 잡지 개벽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했다.

 

이 시는 발표 직후부터 독립운동가들과 문학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같은 해 8개벽이 강제 폐간되면서 그의 작품이 일제의 검열 대상이 되었다.

 

이상화 시인과 그의 저항 문학: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중심으로
이상화 시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의 의미

 

 

이 작품은 조선의 현실과 민족의 아픔을 서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시인의 의지를 담고 있다.

 

첫 구절인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조국을 상실한 슬픔과 동시에 다시 돌아올 봄(광복)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이 시는 총 11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봄이라는 계절적 상징을 활용하여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감정을 전달한다.

초기에는 밝은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점차 현실을 자각하며 다시 절망에 빠지는 구조를 보인다.

이를 통해 조국을 빼앗긴 현실의 비극과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독립의 열망을 담아냈다.

 

 

이상화의 저항 문학적 특징

 

1) 강한 상징성과 직설적 표현

그는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활용해 민족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때로는 직접적인 저항 의식을 드러냈다.

 

2) 서정성과 저항 정신의 조화

그의 작품은 감미로운 서정성과 강한 저항 의식이 공존하며, 이는 독자들에게 더욱 깊은 감동을 준다.

 

3) 역사적 사건과의 연관성

관동대학살 이후 그의 시는 더욱 강한 저항성을 띠게 되었으며, 당시 조선의 억압된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이상화 시인의 주요 작품 목록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 – 대표적인 저항시, 민족의 한과 희망을 담음

 「나의 침실로」 – 현실 도피와 저항의식이 공존하는 작품

 「이런 날」 – 조선의 현실과 민족의 슬픔을 그린 작품

 「역천(逆天)」 – 하늘의 뜻을 거스르겠다는 저항의 메시지

 「봄은 간다」 – 조국의 봄을 잃어버린 현실을 묘사

 「말세의 희탄(戱嘆)」 – 식민지배 속에서 절망을 표현한 시

 「서러운 해조(海鳥)」 – 자유를 갈망하는 새를 통해 민족의 현실을 은유

 「나의 땅이여」 – 조국을 향한 그리움과 애절한 감정을 담음

 「꽃과 같이」 – 청춘의 아름다움과 조국의 아픔을 대비

 「설움의 봄」 – 빼앗긴 조국에서의 봄을 슬퍼하는 내용

 「행진곡」 – 독립을 향한 저항정신을 담은 작품

 「달밤」 – 조용한 밤 풍경 속에서 깊은 회한을 표현

 

이상화의 생애 마지막과 사망

 

1930년대 후반, 이상화는 지속적인 일제의 감시와 검열 속에서 창작 활동이 위축되었다.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이 강화되면서 그의 문학 활동은 점차 제한되었고, 사회적 활동 역시 어려워졌다.

 

건강도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창작의 어려움 속에서 그는 폐결핵을 앓게 되었으며, 병세가 심해지면서 활동을 거의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943425, 향년 4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상화는 해방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문학은 이후에도 조선의 독립운동 정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그의 시는 민족의 정서를 담고 있으며, 한국 문학사에서 저항 문학의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이상화 시인의 현재적 의미

 

그의 작품은 단순한 문학을 넘어 한 시대를 대변하는 기록이다.

 

특히 2025년은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이상화의 문학이 더욱 의미 있는 시기로 다가온다.

 

그의 시는 조국을 잃은 슬픔과 동시에, 자유와 독립을 향한 끝없는 열망을 담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이상화의 시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의 자유와 독립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되새겨야 한다.

 

그의 문학은 여전히 우리의 가슴 속에서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독립을 향한 정신을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