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작곡가 Erich Wolfgang Korngold
20세기 초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특한 빛을 발한 작곡가,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Erich Wolfgang Korngold)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는 오페라, 관현악, 그리고 후일 할리우드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를 남겼지만, 특히 오페라 Die tote Stadt는 그의 천재성이 가장 아름답게 발현된 작품으로 꼽힌다.
Erich Wolfgang Korngold는 1897년 오스트리아 브루노에서 태어났다.
음악 평론가였던 아버지 Julius Korngold의 영향 아래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놀라운 작곡 재능을 보였다.
구스타프 말러는 10대 초반의 Korngold를 ‘음악의 천재’라며 극찬했고, Korngold는 11세에 오페라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1920년, 아직 20대 초반이던 그는 오페라 Die tote Stadt를 발표해 유럽 전역에 그의 이름을 알린다.
그러나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점령하면서 Korngold는 미국으로 망명했고, 이후 할리우드에서 영화 음악 작곡가로 활동하며 두 차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등 대중적 성공을 거둔다.
그럼에도 그는 죽는 날까지 자신을 ‘오페라 작곡가’로 여겼고, Die tote Stadt는 그의 가장 깊은 자부심으로 남았다.
오페라 <Die tote Stadt (죽은 도시)> 의 몽환적인 이야기
Die tote Stadt(죽은 도시)는 1920년에 초연된 오페라로, 잃어버린 사랑과 그리움, 죽음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Paul은 죽은 아내 Marie의 기억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
어느 날 그녀와 닮은 여인 Marietta를 만나면서 현실과 환상, 사랑과 집착이 뒤엉킨 심리적 여정을 겪게 된다.
오페라 전체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깊은 내면을 탐구한다.
브뤼헤라는 고요하고 죽어 있는 듯한 도시에서, Paul은 죽은 아내 Marie의 기억에 사로잡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아내의 유품과 사진으로 꾸민 방에서 과거를 떠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아내를 꼭 빼닮은 무희 Marietta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강하게 끌린다.
하지만 Marietta는 현실적이고 자유로운 성격으로, Paul의 이상화된 기억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Paul은 Marietta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점점 아내 Marie와 Marietta를 혼동하게 되고, 결국 꿈과 환상, 죄책감이 뒤얽힌 광란의 상태에 빠진다.
극 후반, Paul은 환상 속에서 Marietta를 목 졸라 죽이는 악몽을 꾸고, 자신이 과거에 집착했던 것을 깨닫는다.
결국 그는 죽은 도시를 떠나 새롭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Mein Sehnen, mein Wähnen” –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노래
오페라 중 한 장면, 가면무도회 속에서 등장하는 바리톤 아리아 “Mein Sehnen, mein Wähnen”은 단순한 삽입곡을 넘어, 오페라의 정서적 핵심을 요약하는 듯한 역할을 한다.
이 곡을 부르는 인물은 Fritz라는 무용극 속 등장인물로, 그는 노래를 통해 지나간 사랑과 아름다운 꿈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히 고백한다.
🎵 “Mein Sehnen, mein Wähnen” 전체 가사 (독일어 원문)
Mein Sehnen, mein Wähnen,
es träumt sich zurück.
Im Tanze gewann ich,
verlor ich mein Glück.
Im Tanze am Rhein,
bei Mondenschein,
gestand mir’s aus Blauaug
ein inniger Blick,
gestand mir’s ihr bittend Wort:
o bleib, o geh mir nicht fort,
bewahre der Heimat
still blühendes Glück.
Mein Sehnen, mein Wähnen,
es träumt sich zurück.
Zauber der Ferne
warf in die Seele den Brand.
Zauber des Tanzes
lockte, ward Komödiant.
Folgt ihr, der Wundersüßen,
lernt unter Tränen küssen.
Rausch und Not, und Wahn und Glück,
ach, das ist des Gauklers Geschick.
Mein Sehnen, mein Wähnen,
es träumt sich zurück.
🇩🇪 ➡️ 🇰🇷 한글 번역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은
과거의 기억 속으로 꿈을 꾼다.
춤에서 나는 얻었고,
행복을 잃었다.
라인강에서의 춤,
달빛 아래에서,
푸른 눈동자의 진심 어린 시선이
나에게 고백했다.
그녀의 간청하는 말이 고백했다:
오 머물러요, 오 나를 떠나지 말아요,
고요히 피어나는 고향의 행복을 지켜줘요.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은
과거의 기억 속으로 꿈을 꾼다.
먼 곳의 마법이
영혼에 불을 던졌다.
춤의 마법이 유혹했고,
나는 광대가 되었다.
그녀, 그 놀랍도록 달콤한 이를 따르며,
눈물 속에서 키스를 배우라.
황홀과 고통, 망상과 행복,
아, 그것이 광대의 운명이다.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은
과거의 기억 속으로 꿈을 꾼다.
🎼 “Mein Sehnen, mein Wähnen” 음악적 분석
1. 전체적인 성격 – “서정성과 환상의 교차”
이 아리아는 단순한 사랑의 회상곡이 아니라, **“꿈과 현실, 사랑과 상실, 열망과 체념”**이 교차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코른골트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꿈결 같은 화성과, 부드러운 리듬이 특징이에요.
- 초반(“Mein Sehnen, mein Wähnen…”)은 서정적이고 유려하게 시작합니다.
- 중반(“Im Tanze gewann ich, verlor ich mein Glück…”)으로 넘어가면서 리듬이 살짝 고조되고, 무용의 환상이 퍼집니다.
- 후반(“Zauber der Ferne…”)에서는 삶의 황홀과 고통이 겹치는, 살짝 어두운 색채가 등장합니다.
- 마지막(“Mein Sehnen, mein Wähnen…”)은 다시 꿈으로 회귀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채 끝납니다.
이 곡은 서정적인 아름다움 속에 깊은 쓸쓸함과 무력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2. 조성과 화성 – “따뜻하면서 불안한 조성 변환”
- 주조성은 **A♭장조(Ab Major)**를 중심으로 하지만,
- 중간에 단조로 일시적으로 전조되며 불안감을 살짝 끌어올립니다.
- “Zauber der Ferne…” 부분에서는 좀 더 신비롭고 부유하는 듯한 모호한 조성(중간음계 변형)이 쓰입니다.
- 낭만파 후기(말러, 슈트라우스)식 화성과, 코른골트 특유의 영화적 색채가 섞여 있어 음색이 매우 부드럽고 풍부합니다.
- 듣는 이에게는 포근하지만,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쓸쓸함이 서서히 스며들게 만드는 조성 운용입니다.
3. 리듬과 선율 – “춤과 꿈의 리듬”
- 전반적으로 6/8박자 기반입니다. (흔히 느린 왈츠 느낌)
- "Im Tanze gewann ich, verlor ich mein Glück (춤에서 나는 얻었고, 행복을 잃었다)"는 가사에 맞춰 살짝 리듬이 가벼워지고, 춤추듯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 선율은 길고 유려하게 이어지다가도, 중간중간 작은 호흡으로 감정을 풀어주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특히 “Im Tanze am Rhein, bei Mondenschein” 이 부분에서는 달빛 아래 춤추는 환상적 이미지를 그리듯, 리듬이 몽롱하게 흐르다가 갑자기 감정이 몰려드는 듯한 미묘한 긴장감을 줍니다.
4. 오케스트레이션 – “부드러운 색채, 가끔 심연처럼 깊은 울림”
- 주요 반주는 현악기군(특히 비올라와 첼로)이 포근하게 깔리고,
- 목관악기(플루트, 클라리넷)가 꿈결 같은 배경을 만들어줍니다.
- 금관은 드물게 쓰이는데, 극적인 강조가 필요할 때 아주 조심스럽게 삽입됩니다.
- 하프가 종종 등장해 달빛과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강화합니다.
감상 포인트 – 절제된 감정 속 따뜻한 울림
음악적으로 이 아리아는 코른골트 특유의 풍부한 색채감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빛난다.
단순한 슬픔이나 고통의 표현이 아니라, 감정을 절제하고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 위에 쓸쓸한 그리움을 얹는다.
반주는 마치 안개처럼 흐릿하고 투명하게 깔려 있으며, 이를 따라가는 바리톤의 노래는 끊어질 듯 이어지며 꿈과 현실 사이를 부유하는 느낌을 자아낸다.
감상 포인트는 바로 이 절제된 서정성과 몽환성에 있다.
부르는 이는 지나간 행복을 떠올리지만, 그것을 되찾으려 하지 않는다.
다만 한 조각 따뜻했던 기억으로 가슴속에 품는다.
따라서 이 곡은 지나치게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애써 담담하게, 그러나 그 안에 깊은 여운을 담아야 진정한 매력을 발휘할 수 있다.
“Mein Sehnen, mein Wähnen”은 짧지만, 그 안에 인간의 상실, 회한, 그리고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한 따뜻한 애도를 모두 담고 있다.
오페라 Die tote Stadt의 세계를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도, 그리고 깊이 있는 감정 표현을 원하는 성악가들에게도 이 아리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Korngold는 이 한 곡을 통해, 살아 있는 사랑이든 지나간 꿈이든, 모든 기억은 인간을 살게 하고 위로하는 힘이 된다는 진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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